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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되는/보이지 않는 날

잠이 오는 오후의 일기

01.

 잠이 온다. 아주 많이. 밥을 먹었고, 일하는 곳은 시원하고. 일은 많다. 그런데 잠이 온다. 아주 많이.

 

02.

 인생, 아무리 생각해도 '의미없음'이다.

 

03.

 그래도 마치고 엄마 아빠를 보는 시간이 좋다. 강아지가 시끄러워도 조용하라고 웃는 시간이 좋다. 박제하고 싶은 순간이다.

 

04.

 부모님 가게에 페인트칠만 조금 했는데 분위기가 달라졌다. 벌써 이곳도 십 몇 년이 되었다. 따지자면 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전의 가게가 더 애착이 간다. 그곳은 나의 놀이터였고, 또 다른 보금자리였다. 위험한 것들이 많아서 항상 아빠의 눈이 나를 따라다녔다.

 

05.

 희한하게 예전 그 동네가 그러워졌다. 옆은 꽃집이고, 뒤는 모래사장이었다. 건너편에 고깃집과 농협이 있었고, 작은 시장에 전을 팔고, 순대가게, 막장가게, 족발집... 그 당시에 키웠던 나의 밍키, 복슬이... 같이 놀던 간판집 아들, 오토바이집 딸, 교복집 딸. 자주 놀러가던 비디오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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