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서 시원하게 뚝 떨어지고 개복치마냥 유리멘탈이 되었던게 사실이다. 하루정도는 그랬다. 일본계 기업에 갈 마음이라고는 전혀 없는 상태에서 등 떠밀려 면접을 봤었지만, 그래도 떨어졌다는 것이 기분이 영 좋지만은 않았다. 일본어로 먹고 살 생각은 전혀 없다. 일본어는 좋아해서 했다기보다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혼자 익혔던 거라 너무 쉽게 질렸고, 또 실력도 따라주지 못했다. 머릿속에 전혀 시스템이 잡혀있지 않다고 해야하나, 그래도 학교에서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공부하고 했던 것은 재밌었다. 과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 것은 너무 대단한 교수님을 만났고(물론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나의 지적 허영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나 없는 곳에서 내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고 친구가 이야기를 꺼냈다. 그 자리에서 친구가 나의 칭찬을 했는데, 참 좋아하는 A씨가 'ㅇㅇ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하잖아.'라고 했다고. (시니컬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A씨와는 알고 지낸지 정말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나를 참 잘 파악했다. 그녀는 타고난 분석가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취향이 희한하게 잘 맞는다. 서로가 '이걸 아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라는 멘트를 던질 정도. ) 맞는 말이었다. 나는 이때까지 하기 싫은 일은 맞으면서도 하지 않았다. 수학이나 수학, 뭐 수학같은 것들이 그랬다. 시험 울렁증이 있어서 항상 시험 땐 배가 아팠다. 그리고 수능도 치지 않고 대학에 왔고, 대학에 와서도 좋은 것만 야금야금 하다보니 곧 백수가 될 것 같다. 허허허. 그래, 나 지금도 인생에게 두드려 맞고 있는 중이겠지. 그래도 어떻게 살아왔던 것처럼 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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