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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되는/보이지 않는 날

2014.09.16 - 흑백



드디어 아이폰을 샀다. 소망하던 것을 이루는 기쁨이란, 숭고한 것이지.


중앙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서 누자베스의 노래를 들으며 데자와를 마셨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족과 친구 두명이 떠올라 정성스럽게 연락을 했다. 벅찬 마음에 눈물이 다 났다.


아치볼드 하트의 [불안치료]와 앤드류 솔로몬의 [한낮의 우울]을 대출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여럿이 좋은 카페에서 떠들다 공황을 겪었다. 예전보다 더 확실한 증상이었다. 이렇게 눈에 띄게 증상이 나타난 적은 잘 없어서 나도 친구도 적잖게 놀랐다. 책을 정독하면 조금이라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마음.


아주 사소한 불안들이 나를 절벽으로 몰아간다. 예를 들면 안구건조증, 침대 모서리에 부딫혀 생긴 작은 멍 같은 것들이.


언제쯤 분리될 수 있을까? 나에게는 마지막이 마지막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길목에 세워진 문 같다. 그 문은 나를 향해 열려 있기도 하고, 닫혀 있기도 하다.


나는 나의 극단을 사랑하려 애쓰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다고 믿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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