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되는/보이지 않는 날
서러운 것, 행복한 것.
벤츄레타
2015. 12. 28. 20:07
연말을 앓으며 보내는 중. 이브를 너무 행복하게 보냈나?
성령이 가득해야 할 크리스마스날 새벽부터 토하고 열나고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이틀 정도를 보냈다. 지금도 그 여파로 골골거리며 4일째 칩거 중.
많이 먹지 못해도 먹는 건 좋아하는데 먹고 싶은 걸 못먹는 게 너무 괴롭다.
족발 먹고 싶다. 막창도. 닭발도. 나는 그런 식감을 좋아해.
오늘 아빠가 내 사주를 잠깐 보고 왔는데, 사주를 보러 간 목적이 내가 아니였기에
(내가 둘째 딸인 게 죄라면 죕니다 여러분) 보너스처럼 봐주신 것 같은데...
일단 2015년이 나에게 있어서 정말 안 좋은 해였을 거라고 들었다. 실로 그랬다.
봄 날. 구질구질하게나마 매달렸던 동화줄도 놓아버리고, 나는 수수밭에서 피흘리며 울었고,
여름 밤 꿈에서는 많은 사람아닌 것들이 나를 찾아 왔으며, 추울 때까지 몸이 많이 아팠다.
4학년 막학기 다니면서 일은 일대로 맡아서 하고 돌아오는 건 1도 없는 1년을 보냈다.
그리고 내 사랑하는 친구를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 그게 가장 버티기 힘들었다.
사주를 믿어서 이러는 것이 아니라, 그냥 고작 그 말에 내 1년을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뭐, 그랬다.
앞으로의 인생은 물 흐르듯 할 것이라고, 아빠는 "니는 아~무 걱정 할 것도 없단다."라고 했다.
나는 죽고 싶었던 모든 날들을 거치면서도 무난히 잘 커 왔다. 나의 상냥함은 내 목을 조른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